연대를 구해 고립을 두려워 않고, 힘 미치지 못해 쓰러지는 것을 개의치 않지만, 힘 다하지 않고 꺾이는것은 거부한다.
by 둥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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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농성 투쟁 1,000일



  참혹한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성을, 역사에 대한 낙관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신케 하는 일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습니다. 새우깡에서 나온 쥐머리가, 수백 년의 시간을 불태우고 소신해버린 남대문이, 오직 돈과 탐욕으로 농촌을 파괴하고 광우병이, 미치광이 시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뇌를, 양심을, 그리고 마지막 남은 이성을 공격하는 역병이 대지를 유린하고 있습니다. 백두대간을 아예 헐어 버리는 이명박 대운하는 우리 산하에 온 광우병입니다. 떡값과 뇌물, 부정과 부패, 거짓말과 사기를 쳐도 성공만 하면 그만이라는 천박한 양아치 의식은 또 우리 정신에 온 광우병일 것입니다. 투기와 거짓이 능력이 된 사회, 사람이 사람에게 오직 야수로만 존재하는 사회, 그래서 연민과 연대가 바보가 된 사회, 이 사회의 가장 가난하고 춥고 외로운 노동현장에 온 광우병은 비정규직 차별이며, 그 고통을 미래가 아니라 현실에서 당하고 있는 이들이 비정규직 투쟁 노동자들입니다.
 
 
  여기 그 일터를 유린하고 반인간의 성을 쌓는 돈의 폭압에 맞서, 불법파견에 맞서 1,000일을 투쟁한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걸어 온 1,000일은 점거와 천막 농성, 노숙농성의 날들이었습니다. 구속을 감수했고 가정생계의 파탄을 감수했습니다. 30일 단식을 했고, 3보 일 배를 했으며, 철조망을 넘었고, 강철 대문을 뚫었습니다. 삭발을 두 번이나 했고, 정치인 종교인 모두에게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 지금 남은 것은 커져만 가는 손배 액수, 늘어가는 전과 기록과 벌금 과태료, 그리고 생계에 밀려 떠나는 슬픈 동료들의 눈망울뿐입니다.

  1,000일은 노동자들에 대한 절망의 숫자입니다. 단결의 힘이고 질긴 놈이 승리한다는 노동의 구호는 이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비즈니스 프렌들리 사회에서 저들의 것이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생계에 밀리는 노동자 민중들은 인간의 존엄도 옳고 그름도, 사람에 대한 공동체적 애정도 모두 포기해야만 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1,000일은 자본에게도 효율적이지 못했습니다. 노동자들을 쫓아내고 공장을 중국으로 옮겼다는 회사는 주주만 3번 대표이사만 4번 바꾸면서 200억 흑자 회사를 500억 적자 회사로 만들었습니다. 생산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됐고 사무 간접직 노동자들은 명퇴 당했습니다. 자본은 이제 자기 건강성을 잃고 투기 자본으로 전락해 땅 투기만 노리고 있습니다. 아무도 행복할 수 없는 이 어리석은 비정규직의 길, 차별과 탄압의 길이 왜 지속되어야 하는지 우리는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륭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몸으로 피땀으로 만든 1,000일은 희망의 숫자이기도 합니다. 생계라는 이름으로, 절차라는 이름으로, 법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에 대한 사랑을 “비관”케 하고 관계에 대한 존중을 아무 생각 없이 “포기”하게 만드는 엄청난 적과의 투쟁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들이
“우리는 더 이상 1회용 소모품이 아닙니다. 우리는 당당한 인권을 가진 노동자입니다.” 이 한마디를 지키는 일에 왜 이렇게 힘들고 긴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라고 탄식할 때 그래도 우리는 그 탄식이 보여준 그들의 투쟁에서 움트는 희망을 봅니다. 

  4
천 8백만 국민 여러분과 이 땅의 양심들에게 호소합니다.
  이
제 우리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버틴 이 작고 여린 희망에 힘을 모아 주어야합니다. 우리는 노동부와 검찰과 회사 스스로가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도 그에 대한 피해를 복원하지 않는 회사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기륭전자에 3년을 다니고 노조를 만들어 노조 대표가 된 사람에게 계약해지가 정당하다고 말하는 법원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법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어처구니없는 국회를 우린 또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당연하고 상식적이고 최소한의 수준에 불과한 기륭노동자들의 요구가 1,000일 이란 긴 시간을 두고 돈과 권력이 만든 법에 유린당하고 사회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양심과 정의가 사라졌음을 보여 줍니다. 우리들의 치욕입니다. 우리가 지금 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면, 비정규 법안을 바로잡는 일에 나서지 못한다면 우리도 시대의 죄인임을 면치 못 할 것입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기륭전자 경영진에게 당부합니다. 지난 1,000일의 과정으로 기륭전자 경영 방침은 실패했음이 확인 되었습니다. 그 방침은 우리 사회를 차별과 양극화로 몰고 가는 어둠의 길이었던 것입니다. 자본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노동자도 일터의 주인입니다. 그들에게 비정규직 천형을 뒤집어 씌웠던 불법 파견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기륭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정도임을 양지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기륭전자를 자기의 일터로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기륭전자 경영진의 결단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바로 그 길이 우리사회의 희망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4천 8백만 국민 여러분! 1500만 노동자 여러분! 정치인, 종교인, 문화인, 청년 학생 여러분!
 
이제 우리가 우리 사회 가장 낮고 가난하고 쓸쓸하고 외로운 희망에게 마지막 힘을 줍시다. 비정규직 철폐하고 탄압받은 노동자들이 환하게 일터로 돌아가는 그 희망을 만듭시다. 1,000일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우리의 연대로 확인시켜 줍시다. CMS 한 구좌로, 지지 연대의 발길로, 인터넷에서 힘을 북돋는 댓글 하나로, 이 서명에 동참하는 성심 하나로, 기륭노동자 1,000일이 승리의 1,000일이 되게 합시다. 희망은 연대로 오는 것임을, 어둠은 끝내 희망으로 오는 빛을 이길 수 없음을 확인합시다.


기륭전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1,000일 투쟁 지지 1,000인 선언자 일동



기륭전자 1000일 투쟁 행사 관련 wham85님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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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이런 글 혹은 기사들을 볼 때마다 가슴에 무거운 돌을 얹은듯 무겁다. 연대나 희망이라는 말이 너무 사치 같아서, 말하기도 쓰기도 무안하다. ktx여승무원들의 투쟁도 800일이 넘었고, 이랜드 노동자들 투쟁도 300일이 훌쩍 넘었다. 그리고 기륭전자 분들은 무려 천 일이란다. 감히 상상할수도 없는 시간을 싸웠다. 그리고 감히 상상할수도 없는 무관심 속에 놓여있는 듯 하다.

작년에 민언련에서 기사쓰기를 배운 적이 있었다. 기사기획안으로 '비정규직'에 관해서 냈다가 담당 기자에게 안좋은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 기획안이 아마추어적이기도 했지만 기사로 쓰기에 비정규직이라는 주제는 너무 식상해서(!), 수많은 이해관계 때문에 해결되기 힘든 문제라서, 읽히는 기사를 쓰기 어렵다는 말을 당시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물론 지금도 그 말에는 얼마든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쓰기 어렵다'는 말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무엇인줄 알면서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렵다.

그래도 광우병 집회에 나온 한 십대가 인터뷰에서 광우병 뿐 아니라, 어른들이 사회에 무관심 한 것 같다며 한 말 중에 "요즘 비정규직 문제 심각하잖아요. 저도 그런 비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한 말에서, 조금의 희망을 말해도 될 것 같다는 위안을 얻었다. 이명박을 지지한 적도 없고, 실패한 개혁에 대한 죄책감도 없는 용감한 10대들이 그렇게 광장에서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by 둥글게 | 2008/05/14 09:16 | 주워담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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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차가운사과 at 2008/05/15 00:09
진중권이 오늘 강연회에서 누누히 강조했던 점이 바로 '나도 비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내 아들은 좋은 학교 좋은 대기업에서 벗어나서 우리의 직업을 응원하자.' 였는데 공감하는 바 많았습니다. 결국 가치관의 변화를 촉구하는 어려운 작업이 되겠지만요.
Commented by 둥글게 at 2008/05/29 03:26
어려운 작업이지만, 또 꼭 해내가야 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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